[영화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바퀴벌레와 아파트

영화 포스터

영화 시놉시스 및 평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속, 무너지지 않은 단 하나의 아파트 단지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회적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화이며 재난 영화 치고는 나름 신선한 면이 있다.

 

난 재난 영화를 난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줄거리가 신선하지 않고, 발단과 결말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클리셰 범벅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억지 슬픔을 유도하며, 간간이 보이는 답답한 인물들이 속을 터지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게 된 이유는 재난 상황이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관객 평점: 좋은 편

• 네이버: 8.2 / 10
• 다음:  7.4 / 10
• 내 평점: 6.5 / 10

이병헌의 미친 연기력과 함께 "나였으면 누구와 가장 비슷하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하면서 보면 은근 재밌다. 

 

후기 (스포 있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단순한 재난의 스펙터클을 넘어, 인간 본성과 사회적 계층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영화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사회적 계층을 상징하며, 각 층에 사는 인물들의 위치가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한다. 아파트의 이름이 "황궁 아파트"인 것도 대놓고 주민들이 "우월함"에 고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아파트 주민을 제외한 인물들을 "외부인"이라고 부르지만, 점차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른다. 심지어 주민들 조차 아파트 거주 기간, 전세 유무, 층 수에 따라 갈라 치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황궁아파트 주민수칙 2번에서, 아파트 생활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배급하는 것도 어느 정도 계급이 생길 것이라는 암시를 한다.

 

 

 

한국인과 아파트

 

한국인에게 아파트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주변에 "로또에 당첨되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집 사는데 보탤 것이다"라고 한다.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은 서울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의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계층을 나타낸다. 요즘 아이들은 어느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지에 따라 같이 어울리고 따돌리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영화 내에서도 황궁아파트 보다 고급진 단지인 드림 팰리스 주민들에게 무시당한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있고,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주민은 13년 동한 고생을 해서 겨우 상급단지로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부동산 게시판에서도 상급지, 중급지, 하급지와 함께 아파트의 급지를 비교 문의하는 게시글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中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아파트가 도시에서 단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자부심과 집을 지키려는 마음을 이해못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인간성이 말소될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주민들이 구조에 대한 희망이나 외부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 하기보다는 오로지 아파트 공간을 사수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마냥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마지막에 박보영이 자신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준 사람들에게 한 말이 감독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인 것 같다.

황궁아파트 사람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의 진위여부를 묻는 "바퀴벌레"들에게 박보영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어요"라고 대답하며 부정을 한다.

 

이 대사는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악한 존재가 아니었으나,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것 같다. 영화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성이 점점 변모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