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 기록] 2.8KM 달리기

 

난 오늘 회사에서 집까지 2.8km 되는 거리를 뛰어왔다. 이 회사를 다닌지 1년 9개월만에 처음으로 돈을 쓰지 않고 집에 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머리속을 말끔하게 청소했고 기분이 아주 좋다. 문득, 다른 사람들도 이 기분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감정 쓰레기통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배설과 하소연을 듣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에 전염되어 기분이 덩달아 불쾌해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다. 친한 사람이라면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얘기를 들어줄 수 있지만, 빈도가 너무 잦아진다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 살면서 한번쯤은 감정 쓰레기통이 된 적도, 타인에게 감정을 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캐나다 석사 유학 중, 외국인 친구가 내게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살면서 나는 "고작" 이런 일로 사과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 친구는 석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는 것과 함께 수업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털어놓으면서 힘들다는 얘기를 꺼냈다. 어느정도 친구의 이야기에 공감을 했기에 피곤했지만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DM이 왔다:

 

"오늘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부정적인 감정을 네게 일방적으로 배출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내일 보자"

 

오르막길에는 내리막길이 있듯이,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에게는 기복이 있다. 기분이 좋고 희망찬 하루가 있는 반면, 한없이 우울하고 슬픈 날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감정 기복이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갈등을 빚어내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아끼는 사람들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제대로 배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감정을 공부해야하는 이유

무언가에 관심이 있고 깊게 알고 싶다면 보통 공부를 한다. 데이터 분석을 하려면 코딩과 통계 공부를 해야하고, 다이어트를 잘하고 싶다면 칼로리, 운동법에 대한 공부를 한다. 재테크를 위해서는 부동산과 주식공부를 미친듯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공부는 제쳐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자기계발서를 매우 싫어했다.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책으로 돈을 쉽게 벌고 싶어서 검증받지 않는 지식이나 쓸데없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글을 써서 종이 낭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새 생각이 바뀌었다. 내 감정에 대한 공부를 하려면, 다른 이들의 개인적인 경험이 참고가 되지 않을까?  그 이후로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했고, 글쓴 사람들이 제시한 해결법과 시각을 내 상황에 맞춰 취사선택했다. 그 결과, 지금의 나는 좀 더 차분해졌고, 내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이해를 하게 된 것 같다. 

 

 

감정 청소 하기: 뭐가 문제인데?

겨울의 밴쿠버는 Raincouver 이라고 한다. 기온이 아주 춥지는 않지만, 비가 끊임없이 내리고 운이 좋지 않으면 몇 달씩이나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한다. 2019년 밴쿠버에서 보낸 겨울은 내게 무척이나 끔찍했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절정을 달하던 시기에 코로나 대유행으로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었고, 도시가 봉쇄되었다. 몇 안되는 친구들은 전부 고향으로 돌아갔고, 사람과의 접촉이 최소화 된 환경에서 난 외국의 의료비가 무서워 집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길게는 2주 동안 사람과 대면으로 말을 해보지 못했다. 입에 진짜 거미줄이 생기는 줄 알았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난 우울증이 극에 달했고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없던 알러지도 생겨났다. 

근데 해결책 생각하는데 5분 컷은 아인슈타인이니까 가능한거 아닌가?

 

도저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마지막 학기의 등록금을 납부하게 되면서였다. 부모님을 설득해서 비싼 돈을 주고 어렵게 석사를 왔는데, 빨리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학사 때 배운 모든 문제 해결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나는 내가 왜 우울한지 고민했고, 해결책을 생각해내었다.

 

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내향적이고 아싸인 나도 사람과 얘기를 해야된다  👉 먼저 용기를 내어 연락하자 📞

2. 생각이 너무 많다: 집에만 있어서 몸이 힘들지 않으니, 잡생각이 많은 것이다. 👉 운동하자 🏃‍♂️

3. 석사 졸업장 값을 하고 싶다: 취업을 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어 불안하다. 👉 어떡하지 ❓

 

문제가 정의되니까 대부분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나는 사람과 얘기를 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용기를 내어 보이스톡을 걸었고, 대부분의 경우 반갑게 받아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렸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외국 친구들에게는 줌콜을 어레인지하여 안부를 나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캠퍼스 주변을 뛰었고, 푸시업과 플랭크를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이렇게 하고나니까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3번 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문제 정의를 하면서 이번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인지를 생각해봤다:

 

취업에 대한 확신이 왜 없고 왜 불안한가?

•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 내가 자신감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자.
• 코로나 때문에 채용시장이 좁아졌다 👉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 네트워크와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 열심히 검색을 해보고 졸업생들이 어디에 가있는지 살펴보자.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만, 내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나는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귀국 후, 한달 만에 취업에 성공했고 현재는 이직까지 해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행복을 위하여

나는 내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것이 나의 삶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깨닫게 되었다. 회사로부터 집까지 2.8km를 뛰어오며, 내가 겪었던 모든 고난과 극복의 경험들이 마음속에 생생하게 되새겨졌다. 

삶은 어려움과 도전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의 감정을 올바르게 관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나는 이 블로그를 읽는 몇 안되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각자의 삶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것이 결국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억하길 바란다. 그러니 오늘, 당신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 아름다운 풍경, 격렬한 운동, 위안이 되는 음악 혹은 단순히 걷고 달리는 것 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청소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