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도파민네이션

"쾌락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 유튜브 알고리즘엔 아침에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삶의 질을 올려준다는 영상이 보인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앤드류 후버만(Andrew Huberman)이라는 분이 팟캐스트에서 찬물 샤워의 효능에 대해서 열심히 설파를 했다고 한다.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지만, 한 줄 요약으로는 찬물 샤워는 흔히 "행복 호르몬" 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리고 유튜브 쇼츠를 내리다가 "쾌락과 고통의 저울"이라는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과도한 쾌락이 지속되면 인간의 몸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통의 양이 늘어난다고 한다. 즉, 뇌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통과 쾌락의 양을 유지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대로라면 찬물샤워가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고통을 중화시키기 위한 쾌락이 발생하기 때문일 것 같다.

 

Pleasure-Pain Balance

 

도파민에 대해서 어느정도 호기심이 생길 때쯤에, 베스트셀러 중 "도파민네이션"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저 그림의 출처가 이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는 독서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도파민이 대체 무엇인가?

 

도파민은 "보상 그 자체의 쾌락을 느끼는 과정보다는 보상을 얻기위한 동기 부여 과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 이 동기부여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신경전달물질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쾌락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의 분비를 유도한다고 한다. 쥐를 기준으로 실험을 했을 때 초콜릿은 도파민 분비를 55% 늘리고, 섹스는 100%, 니코틴은 150%, 마약류는 225%~1000%까지 늘린다고 한다.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연예인들이 왜 마약류를 찾는지 이렇게 보면 얼추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주최한 미니 독서 골든벨에서 우승을 했을 때의 짜릿함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전국,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심, 환호, 박수를 받는 연예인들이 느끼는 흥분과 기쁨은, 일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할 것이다. 쾌락에 대한 역치가 너무 높아져버린 연예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기쁨을 찾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지 않나 싶다. 

 

 

중독의 시대

 

현대 사회는 그 어느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즐길 거리들이 너무나도 많다. 생각을 주고받는 대신에 짤(Meme)과 사진을 공유한다. 영화대신 30분짜리 영화 리뷰 영상을 보고, 책과 동영상 대신 이를 요약해 주는 쇼츠를 본다.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대신 DM과 SNS계정 위주로 소통을 한다. 전에 없던 풍요로움과 기술적인 진보,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다. 쾌락을 느끼고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부문에서 교차 중독을 겪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당, 커피, 담배, 게임, 야동, 숏폼 콘텐츠, SNS를 비롯하여 이제는 마약까지 너무나도 쉽게 마음만 먹으면 접할 수 있는 게 현대사회다.

 

내 친구는 자위 중독이었다. 매일 3회 씩,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하다 보니 다음날이 너무 피곤하고 항상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자위를 멈춰보려고 했으나, 인터넷을 켜기만 하면 외설적인 콘텐츠가 항상 보이기 때문에 절제력이 쉽게 무너져버린다고 한다. 이처럼 잠재적인 중독의 대상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우리들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대처 방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균형을 찾는 법

 

저자인 애나 렘키는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 중독의학 교수이다. 이 분은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찾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1. 자기 구속

• 물리적 자기구속
  현재 자신이 놓인 환경과 상황에서 중독 대상 자체를 없애버리는 행위이다. 이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어느 정도 필요로 할 것 같은데, 금연을 결심하고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 옆에 버린 사람 옆에서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결국 그 사람은 금연을 실패하게 될 확률이 높다.
• 순차적 자기 구속
  중독 대상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중독에 빠지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하루에 게임은 한 시간만 해라!"라고 부모님과 하는 약속이 순차적인 자기 구속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기간을 정해두고, 딱 일주일만 음란물을 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면 이는 달성하기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고, 작은 목표와 성취감을 느낌으로서 중독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범주적 자기 구속
  중독 대상뿐만 아니라, 중독 대상에 대한 단서를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주변에서 치워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음란물을 끊겠다는 친구는 지나가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여캠 BJ를 보고 실패를 했다. 모든 것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범주적 자기 구속은 매우 힘든 방법인 것 같다.

2. 고통 마주 보기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저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쾌락을 줄이는 방법 대신 고통을 추구하는 방법이 있다. 찬물샤워, 운동을 통해 몸을 힘들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또한 금단을 한 이후에, 중독의 원인을 불러일으킨 진짜 문제를 자신을 탐구하면서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솔직함으로 진정한 자신과 대면하고, 중독의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술에 중독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심리적인 충격으로 빠지게 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우선 끊고 진정한 자신의 문제점을 직면하라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후기

 

우리는 매 순간 중독의 위험에 노출된다. 삶이 힘들고 피폐해지면, 자연스럽게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이는 중독에 빠지는 원인이 될 것이다. 특히 모든 것에 대해 접근성이 용이해진 현시대에서는 그 위험도가 더 높다. 최근 들어 언론에 연예인 마약사건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심각한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외면하는 동시대의 예언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을 반면교사 삼아, 내가 가진 쾌락과 고통의 저울의 균형을 잘 유지하도록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