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위험한 숫자들

위험한 숫자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료하고 간결하다:

 

"숫자는 주관적이다."

 

데이터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오용에 대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숫자와 통계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주관적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가방끈이 긴 사람들은 권위와 숫자를 앞세워 프로파간다를 추진하고 숫자와 통계를 객관적인 팩트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왜곡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데이터 표본과 기준에 대한 왜곡

 

많은 사람들은 뉴스에서 보는 통계와 수치를 신뢰성 높은 자료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관이 들어간 숫자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설득당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면, 고개를 들어 러시아와 중국을 봐라. 대놓고 조작질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라고 크게 다를까? 

 

전설의 투표율 합 140%

중국 코로나 사망자 통계

 

물론 이런 "대놓고 조작하기" 같은 수법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교묘하게 통계를 사용해서 주관적인 숫자로 사람들을 속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자, 관련 통계 지표를 고의로 왜곡 조작하여 본인들의 실수를 가리는 정치적인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데이터 시각화를 통한 왜곡

 

표본이나 집계 기준을 바꾸는 것 외에도,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완전하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바로 그래프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1994년 생의 나이를 연도별로 표시한 그래프이다. Y축의 스케일의 크기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지기 때문에 왼쪽 그래프 처럼 그리면 "1994년생은 늙지 않는다" 는 개소리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래프의 형태로 왜곡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아니 누가 저런 그래프에 속느냐고? 위의 내용이 아주 보편적인 "나이"에 대한 내용이라서 사람들이 빠르게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주제가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이고 처음 들어보는 단위나 수치가 Y축에 들어가게 되면, 십중팔구 속을 것이다. 다음 그래프도 Y축 조작으로 해당 방송사가 특정 정당에 편파적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럼 어떻게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숫자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6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1. 전달자가 누구인가?

2.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3. 표준화된 수치인가?

4.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었는가?

5. 데이터가 어떻게 분석되었는가?

6. 숫자를 어떻게 제시했는가?

 

위의 가이드라인은 솔직하게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내 멋대로 다시 압축하여 재구성을 해봤다:

 

1. 이 숫자에 담긴 메시지로 이득을 보거나 기뻐할 사람이 누구인가?

2. 표본이 무작위로 추출되어 편향이 없는가? 

3. 그래프나 통계를 다른 관점해서 표현해도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속을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하는 입장에서 숫자가 주관적이라는 말에 격하게 동의한다. 우리 팀만 해도 수치나 통계를 들고 보고를 할 때는 어떠한 견해나 해석을 같이 들고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인사이트에 최대한 걸맞은 데이터를 가지고 간다. 누가 들으면 Cherry Picking 한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자들은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다. 

 

국밥집 막내아들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올 때 나는 너무 짜증이 났다.

분석해본 결과 감이 틀렸는데요...?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틀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 진영이 무조건 옳다"가 자연스럽게 불문율이 되며, 대한민국의 오래된 전통인 갈라치기, 편먹고 싸우기, 당파 싸움의 제1 규칙이 된다.

 

숫자는 객관적이어도 수치와 통계는 주관적이며, 사람들은 절대로 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거짓된 통계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통계가 틀렸다고 증명하는 시간보다 빠르다. 그렇게 사람들은 선동 당해왔고, 앞으로도 사람들은 계속 속을 것이다.

 

하지만 속았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는 것보다 속은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더 위안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