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나는 매일 퇴사를 결심한다

주말에 서울도서관에 가서 책 구경을 했습니다.

해외 대학원에 있을 때도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종종 갔지만, 책을 구경하고 빌리러 가기 위해 도서관에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여러 책들 사이에서 눈에 띈 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손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을 달고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

 

도서 리뷰

제목은 자극적이었지만, 여타 자기개발서와 다르지 않게 매우 일반적이고 깊이가 없는 내용으로 쓰였습니다. 오탈자가 심심찮게 많이 보이는 것 또한 책 자체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 제 멋대로 "작가는 퇴사를 했다"는 착각을 해버렸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퇴사를 과연 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는데, 작가는 퇴사를 결심만 하고 하지만 실행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목에 제대로 낚인 느낌이 들어서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ㅋㅋ 

 

이 책은 딱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퇴사(은퇴) 이후의 삶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일찍 퇴사를 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 혹은 퇴사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체크리스트나 신호와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조언이나 실직적인 가이드보다는 회사를 다니는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회사를 충실히 다니면서 은퇴 후의 삶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퇴사 후의 삶을 위해 취미를 가져야 하며, 매일을 소중하게 보내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구절도 몇 개 있었습니다. 그나마 공감이 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었습니다:

 

"혼자사는 기술을 미리 익혀 놓지 않으면, 긴 노후를 평생 외로움을 느끼면서 살 수밖에 없다"

 

해외 대학원 생활 동안 정말 많은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친구와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살았던 1년은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대화도 해봤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셋과 바쁜 일정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과거에 연을 맺은 많은 친구들과 연락이 뜸해졌지만, 새로운 사람들 와 연도 맺고 가끔 맥락 없는 연락을 주고받는 용기를 키우면서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은 단절되었을 때 고독한 존재입니다. 혼자 있더라도 형성될 관계가 있다면,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혼자사는 기술을 미리 익혀둔다면, 노후에도 즐겁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도전하고 경험하고 배워봐야만 내가 어디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도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해야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집, 학원, 학교, 공부가 제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 외의 활동과 세계에 대해서는 무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역 이후에는 미친 듯이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뚱맞은 교양 수업도 들어보고, 처음 해보는 활동이라면 무작정 지원하고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자신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총평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퇴사에 대한 고민을 어느정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품안에 사직서 하나쯤은 갖고 있다"

 

유행하는 퇴사 밈

이 책은 이런 점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마케팅을 한 책인 것 같습니다. 퇴사 부추기는 책은 절대 아니며, 그다지 유용한 내용도 담겨있지는 않습니다. 굳이 장점을 꼽아보자면, 현재 직장을 다니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환기시켜 주는 역할 정도는 해줍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바에는 유튜브에 있는 퇴사와 직장생활 마음가짐과 관련된 영상 컨텐츠를 몇 개 보는 것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