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리뷰] ChatGPT 열풍으로 느낀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ChatGPT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저 또한 회사에서 관련 리서치와 API에 대한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ChatGPT가 등장을 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ChatGPT와 관련된 영상 하나를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경제학 석사, 경영학 박사 학위가 있는 교수님이 투자정보 채널인 머니인사이드에서 ChatGPT에 대한 강의를 하는 20분가량의 영상입니다. 조회수가 50만 정도 되는 해당 영상에서 전문가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가지고 강의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거짓 1. 챗GPT는 기존 인공지능을 압도한다

틀렸습니다. 챗GPT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 시피 대화에 특화된 인공지능입니다. 사람과의 대화를 하는 작업에서는 다른 인공지능 대비 월등한 성능을 내고 있지만, 전문분야나 특정 작업에 특화되도록 학습시킨 딥러닝 모델이나 인공지능에 비해서는 성능이 좋다고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범용적으로 두루두루 많은 정보를 학습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인공지능을 압도한다고 쉽게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단편적인 예시지만 아래 기사 내용처럼 수학 문제는 다른 인공지능이 더 풀 것입니다.

챗GPT에 수능 풀게해보니…영어 잘하고 수학은 '오답 투성이'

 

게다가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을 한 상태라 그 이후의 시사나 용어 및 트렌드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요즘 핫한 송혜교가 나오는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져봐도 이상한 답변만 내뱉습니다. 

소설은 기가막히게 잘 쓰는 ChatGPT

 

그리고 교수님께서 얘기하는 ChatGPT가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전문직을 대체한다는 내용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ChatGPT는 사실에 기반한 내용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교수님이 언급한 "블랙박스"인 모형이기 때문에 어떤 학습 내용을 출처로 답변을 생성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여부와 근거가 중요한 작업에서는 딥러닝 기반 모델이 사용하기가 매우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고, XAI (Explainable AI)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짓 2. AI의 발전, 결국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AI는 결코 사람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결국에 모든 의사결정과 책임은 사람이 질 수밖에 없고, AI를 관리 감독하는 영역 또한 인간에게 귀속되는 작업일 수 밖에 없습니다. AI는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생성할 것입니다. 딥러닝과 데이터 과학의 발전으로 없어진 일자리도 있겠지만, "데이터 강사",  "데이터 분석가", "퍼포먼스 마케터", "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링"이라는 일자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시대의 수요와 공급에 맞게 일자리는 형태가 변화하고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 3. 인공지능의 끝에는 인류의 죽음이 있다

강의에 재미를 부여하는 단순한 장치로 생각하겠습니다. 진지하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거짓 4. 구글, 마소를 따라잡을 빅테크 기업 한국에서 나온다

한글로 ChatGPT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된 데이터가 더 많을까요 아니면 한글로 된 데이터가 더 많을까요?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수와 한글을 사용하는 인구의 수만 생각을 해봐도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게다가 한글은 문법적으로 봤을 때 영어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언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어처리의 난이도가 영어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글과 마소에 비견될 새로운 언어모형을 만든다는 것은 오직 "한글 특화"로 봤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인공지능 모형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엄청난 컴퓨팅 자원 비용이 들어갑니다. 해외에서 조차 현재 ChatGPT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한글 특화된 모형을 개발했을 때,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서 투자금 회수와 운영비 충당이 가능할까요? 

 

비판적으로 생각하자

저는 데이터분석 업계에 있는 사람이고 충분한 경력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의 교수가 얘기한 내용을 걸러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댓글 창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내용을 받아들이고 "다른" 의견이 아닌 "틀린"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 또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큰 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ChatGPT 열풍으로 또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양질의 정보가 비례해서 늘어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론과 매체는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키워드 위주로 컨텐츠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비판적인 자세로 정보를 선별하고 수용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