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대한민국은 소멸할 것인가?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인터넷, SNS, 뉴스 기사에서 많은 의견과 생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15년 동안 280조원의 세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0명 대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2년의 잠정 수치인 합계 출산률 0.78은 200명의 부부가 평생 동안 78명을 낳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민자가 없는 국가에서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절반도 안되는 수치입니다. 출생아 수는 거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 추이 (출처 news1)

 

왜 문제가 되는가?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이유는 인구 수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세금을 기반으로 운영이 되며, 경제활동 인구수가 많을 수록 세수가 증가합니다. 물론 인구가 많다고 경제활동 인구수 또한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구에 비례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료 및 제약 기술의 발달과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고령화 인구또한 점점 늘고 있습니다. 고령화 인구가 늘고, 신생아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면 경제활동 인구가 부담을 해야할 노인부양비용이 점점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사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빠르게 줄어드는데, 먹는 사람 수만 많아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출산의 원인

많은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저출산의 원인에 대해 토론하고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자주 언급 되는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2. 서울에 집중되는 도시 집중화 현상
3. 생활비와 물가 상승, 높은 교육비, 일자리
4.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치열한 사회
5. 여성의 사회적 진출 및 지위 상승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1.  사회적 변화에 뒤쳐진 출산/육아제도

과거에는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육아 및 살림을 맡는 것으로 사회적인 역할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사회 진출을 하는 여성이 많아졌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최근 사회에서는 경제활동, 육아, 살림 등의 역할의 경계가 매우 흐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와 살림을 분담하는 경우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옛날에는 다 그렇게 했다~' 가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사회초년생인 젊은 20대, 30대 맞벌이 부부가 직장 및 사회활동을 하면서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여성의 입장에서 출산을 하게 될 경우 경력 단절을 크게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며, 남성의 경우에는 아직 사회 및 문화에 뿌리 깊게 잔존하는 남자 고유의 역할인 경제적 책임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출산휴가 또한 신생아를 케어하고 부모 자식간의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며, 기업 또한 휴가를 눈치보지 않고 사용할 수 없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과도한 집 값

현재 부동산은 '사는 곳'이라는 의미보다 '투자'의 의미가 훨씬 강합니다.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PIR)은 중위 소득 기준 10.1로 월급을 쓰지 않고 10년을 일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은 14.1로 14년이 걸립니다. 평균적으로 생각했을 때, 20~30대는 중위소득에서도 더 떨어져 있을 겁니다. 경제활동 인구가 20대~50대까지 이므로, 생활비까지 감안한다면 신혼부부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려면 못해도 맞벌이로 10년 이상을 일해야 합니다.

 

이외에 다른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저는 위의 두 문제만 해결되도 충분히 출산율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하는 문화는 예전 부터 있어왔고, 도시 집중화 현상과 높은 교육비와 일자리 문제는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유독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급감한 이유는 결국 '문화' 의 이유와 그것을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결 방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1. 남성 출산 휴가 및 육아제도 개선

여성이 가지는 출산휴가 90일에 비해 남성 출산 휴가는 10일 입니다. 아내의 출산, 산후조리 보조 및 신생아 케어를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출산 휴가 30일을 부여하여 여성 근로자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남자 또한 아이와의 유대와 책임감을 쌓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출산휴가의 사용과 임신에 대해 격려하는 기업문화 또한 조성이 되어야 하므로 기업에는 법인세 감면이나 세제 혜택을,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오래 비우는 직원의 업무를 부담해야 하는 부서에는 격려금이나 다른 방식으로의 혜택을 부과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기업이 가임기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차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감시하는 엄격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2.  출산 시 대출 이자 및 월세 정부 지원

말 그대로 출산을 하는 경우 대출 이자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3명 이상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집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출산을 한 부부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대출 이자나 월세를 지원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액이나 규모 차원에서는 악용의 여지가 없도록 정책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 

 

3.  이민/귀화 정책 강화 및 국제 결혼 활성화

우리나라는 '한민족' 이라는 혈통적이고 문화적인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한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혈통과 피부색이 아닌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고, 대한민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들을 '한민족'이라고 정의해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요? 

 

마무리

이제 막 30세가 된 저도 출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아직도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으며 경제적 독립을 꿈꾸기에는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됩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결혼 비용과 신혼 마련 비용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제게 너무 먼 이야기 같습니다. 본인의 연차를 소진해가면서 아이를 보고, 아이 때문에 평소에도 잠을 거의 못자는 옆 팀의 대리님을 보면 출산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어집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40대~60대의 목소리가 아닌 당사자인 20대~30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국회의원 연령이 55세이고 평균 연령이 40대인 대한민국에서 20대~30대와 과연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280조원을 쓰고도 출산율 유지는 커녕 그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면 세금을 더 걷겠다는 고민보다는 방식의 변화와 원인을 잘못파악했는지 반추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