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리뷰] 소셜 딜레마

평점   

⭐ 2.9 / 5

---

3줄 요약

1. 40분까지만 보고 꺼도 상관없음

2. SNS의 단점에 극도로 치우친 내용

3. 기승전... ?

 

넷플릭스 바로가기

소셜 딜레마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

요약 및 후기 (스포라고 할 것도 없음)

중학교 과학시간에 인상 깊게 배운 내용이 있다.

과학의 가치중립성:
과학적 사실, 즉 과학적 의미나 발견 그 자체는 중립적인 것으로서 다른 의미나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학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며, 과학의 발견과 연구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주장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제조에 핵심이 되는 중성자 연구를 진행했고, 원자폭탄이 실제로 투하된 이후에 큰 죄책감을 지녔다. 그가 진행한 중성자 연구 자체는 중립적이었으나, 연구를 지원했던 정부의 목적은 "폭탄 제조"라는 정치적인 가치를 이미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펜하이머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 주제로 중학교 때 열심히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나는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래 다큐에 출연하였다.

 

넷플릭스 다큐먼터리 "소셜 딜레마"는 기술의 가치중립성에 반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제작을 한 것 같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수익구조와 알고리즘을 디자인하고 개발한 사람들이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개발자, 지메일의 UI/UX 담당자, 핀터레스트의 전 회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서 자신이 만든 SNS에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하지만, 40~50분쯤 지나니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지루했다. 이들이 주장한 SNS의 단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비인간적인 수익구조 

SNS가 돈을 버는 방법이 광고라고 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SNS의 진정한 수익구조는 "사용자의 정보"를 파는 것이다.

AI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도를 파악한 뒤, 맞춤형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구매를 유도하고 광고주의 효과적인 매출 상승을 도와준다. 즉, SNS의 수익구조 핵심은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해서 광고주에게 "맞춤형"으로 파는 것이다. 20대 여성들에게는 명품 핸드백 광고를 노출시키고, 30대 남자들에게는 신차 광고를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SNS는 사용자들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콘텐츠에 오래 머물렀고(engagement time), 좋고 싫음에 대한 반응을 본다 (like). 이렇게 되면 SNS는 여타 다른 기업들과 같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최대한 사람들을 자주, 그리고 오래 접속하게 만들어 광고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이 된다. 또한 광고주가 비도덕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졌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SNS를 통해 IS에 가입을 한 사람들, 사이비종교의 포교 활동과 관련된 광고, 여론 조작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SNS가 보여주는 "맞춤형" 콘텐츠에 중독되고, 광고주에게 "맞춤형"으로 팔려가게 된다. 출연자들은 이러한 수익구조가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한다.

 

 

2. 10대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아동 문제 심화

SNS의 해로운 점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자제력이 부족한 유년기, 청소년기 아이들은 SNS에 중독되기가 쉽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다른 사람과의 무한 경쟁과 비교로 인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는 것이다. 다 큰 어른들도 SNS에 중독되는데, 애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음... 근데 이건 TV나 게임이 나왔을 때도 똑같지 않았나?

항상 상용화된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군대식 해결방식으로 없애는 것이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NS 때문에 모든 10대 문제가 생기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인 것 같다. 이 부분을 지적했을 때는 공감이 좀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에 본 유튜브 영상이 생각나서 인 것 같기도... 

 

 

3. 이념과 사상의 양극화 유도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념과 사상의 양극화이다. SNS가 개인의 피드에 보이는 내용을 통제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콘텐츠를 보지 못한다. 아니,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뭔가 SNS가 개인의 눈과 귀를 막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간신과 같다고 할까...

과거에도 이랬었나 싶지만, SNS 상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갈라치기하여 싸우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틀리고 죽일 놈이 된다. 세대갈등, 남녀갈등, 이념 갈등의 콜로세움인 SNS에서는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정신이 피로해진다. 건설적인 토론은 점점 어려워지고, 내 편이 아니면 죽일 듯이 물어뜯는 댓글들, 포퓰리즘에 입각한 공약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현대사회 민주주의가 중우정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SNS의 추천 알고리즘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But...

그런데 이 다큐먼터리에서는 SNS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제기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였을까?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면서 끝난다.

 

Q: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그래야만 합니다

기승전...?

SNS를 만들고 디자인한 사람들이 SNS를 욕하면서 또 다른 SNS 플랫폼에 가서 일하고 있는 것도 웃긴데, 문제 제기만 하고 아무런 대안도 없이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게 좀 어이가 없었다. 비인도적인 수익모델이 문제라면, 어떻게 좀더 "Humane" 한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지... 마지막에는 주요 출연자가 만든 스타트업 "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홍보하는 것이 최종 목적으로 보여진다. 뭔가 괘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다큐였다.

 

AI와 데이터 분석에 대해 어느정도 배웠고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본 다큐의 내용은 너무 과장되어 있다. 현재 개인화 알고리즘은 다큐가 포장한 것 처럼 지극히 초개인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뇌를 해킹하는 것도 아니고 조종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익숙하고 좋아하는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한다는 것 뿐이다.

 

개인화 알고리즘이 이렇다는 것은 X소리다. 이걸 만든 넷플릭스의 영화 및 드라마 추천은 정확한지 생각해보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싫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편향되어 살아간다. SNS는 이를 조금 더 가속화 시킬 뿐이지, 생각해보면 세대갈등과 이념 갈등은 SNS가 나오기 전부터 쭉~~ 있어왔던 현상이다. 

현재 AI는 오히려 이쪽에 더 가깝다.

즉,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 다큐는 꼭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서 나온 것만 같다. 하긴 그래야 컨텐츠가 팔리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