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데이터 분석가의 이직 고민 (上 )

 

며칠 전, 한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블록체인 P2E (Pay-to-Earn)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의 인사이트 매니저 포지션을 제안을 했고, JD (Job Description)를 보니 나와 fit이 잘 맞았다. 거기에서 요구하는 주요 업무 수행 능력은 다음과 같았다:

블록체인 게임회사 JD

 

전 직장에서 내가 수행한 업무, 그리고 현 직장에서 내가 수행하는 업무를 종합해서 생각을 해봤을 때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긴 했다. 물론 보상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지만, 현재 하는 일보다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매우 고민이 된다.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이력서부터 먼저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왜 이 길을 택하게 되었는지 회고를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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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데이터 분석가가 된 이유

 

내가 데이터 분석 공부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앞으로 유망한 분야며 돈을 잘 벌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또래 친구들보다 잘해서”였다. 밤샘과 집요함, 그리고 전역 이후에 누구나 자동으로 생기는 독기로 코딩을 독학했고 나름 괜찮은 아웃풋과 스펙을 쌓았다. 과정이 흥미 있었다기보다, 결과가 좋았고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 자신감이 붙었었다. 하지만,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친구들보다 알고리즘 기초가 부족하여 코딩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고, 통계를 전공한 친구들보다 문제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모델링을 하는 것에 약했다. UBC에 석사로 가서는 나보다 더 뛰어난 친구들을 보면서 내 그릇의 크기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했다.

 

어찌 보면 코로나를 핑계로 게임회사의 전략 직군에 입사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이라는 학문과 분야에서 도피를 한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은 내가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을 했지만, 남 모를 열등감과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회의감으로 속앓이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간과 노력을 이 길에 쏟았기 때문에 정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을 결심했고, 현재는 모두가 아는 증권사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나는 행복한가?

아니다. 입사 후 작년 말 까지는 연봉에 나름 만족했고 지금까지 배워온 지식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지만, IT가 아닌 역사가 긴 보수적인 금융업계이다 보니 변화를 싫어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신기술과 AI를 적용하기에는 인프라나 사람들 또한 모두 노후화되었고 왜 블라인드에서 "커리어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재직 1년 만에 십분 공감이 되었다. 아래는 블라인드에서 본 현직원의 코멘트다:

 

아직 커리어적으로 많이 배워야할 내 나이대에 이런 회사에서 안정을 추구하면서 오래 다닐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된다. 심지어 경력직 입사는 계약직이라서 고용 안정성이 높은 편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이 회사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회사에서 내 전문성을 더욱더 키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헤드헌터들이 막 찔러보고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제안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이직 제안 컨택이 왔을 때 기쁘면서도 많은 고민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최소 3~4년 전에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컨텐츠 개발 및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시시각각 트렌드와 새로운 알고리즘이 출현하는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BERT와 GPT가 나온 지 4~5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현재 팀에서 사용가능한 그래픽카드 용량이 32GB이다. 망분리 정책으로 타회사의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32GB를 가지고 인하우스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답답한 현실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 소위말해 현타가 어느 정도 왔다.

 

그래서 "못먹어도 고" 정신으로 제안에 응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To Be Continued...)